마가복음 5장은 치유와 회복의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장을 통해 예수님의 치유 사역에 담긴 원리와, 그 안에서 발견한 내 삶의 믿음 적용을 정리해보았다. 이 글은 두려움을 믿음으로 이겨내는 여정이자, 하나님의 일하심을 삶 속에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회당장의 마음으로 읽은 말씀
마가복음 5장을 읽으며 가장 마음이 깊이 머문 부분은 회당장 야이로의 이야기였다.
평소 같았으면 혈루증 여인이나 귀신 들린 자의 장면에 더 오래 머물렀겠지만, 요즘 들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쑥불쑥 올라오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어서인지, 야이로의 절박한 부탁과 예수님의 반응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그 아비의 심정으로 예수님께 다가가는 장면, 그리고 소식을 듣고 무너지는 마음, 그 와중에 예수님께서 건넨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는 말씀이 내게도 들리는 듯했다.

예수님의 침착함에서 배운 것
예수님께서는 야이로의 집으로 곧장 가시지 않으셨다. 길 위에서 다른 이의 치유를 먼저 행하셨고, 그 사이에 야이로는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약 내가 야이로였다면, 왜 지금 이 상황에 여인을 도와주는 건지, 왜 서두르지 않는지, 분노와 혼란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조용히, 침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었다.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의 능력을 향한 초대였다.
나는 이 구절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두려움과 믿음은 공존할 수 없다는, 너무도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진리를 내 삶에 다시 새기게 되었다.

의심을 치운 후에야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사람들.
수많은 제자들 중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을 데리고 가셨다.회당장 야이로의 집에 도착하신 예수님은 슬피 우는 사람들과 조롱하는 이들을 모두 집 밖으로 내보내셨다.
그리곤 아이의 부모와 선택하신 제자들만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셨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일으키기 전, 그 공간에서 무엇을 정리하셨는지가 눈에 들어왔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 의심하는 사람들, 냉소하는 분위기를 먼저 정리하셨다. 기도는 믿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 자들과 드려야 한다는 교훈이 조용히 다가왔다.

기도의 공간을 준비하는 법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며, 요즘의 나를 떠올렸다.
어떤 기도는 혼자 드리기엔 너무 벅찰 때가 있다. ‘이게 정말 하나님의 뜻일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내 안의 믿음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그럴 때 가장 간절해지는 건, 함께 믿고 기도해줄 수 있는 사람의 존재다.
말없이 “같이 기도하자”고 해주는 믿음의 동역자, 의심하지 않고 중보해줄 수 있는 그런 이들. 나 혼자서는 버거운 믿음의 무게를 함께 나눠줄 수 있는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낀다.
예수님조차 모든 제자와 함께하지 않으셨다. 믿음이 있는 이들과 함께했고, 의심하는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나기 전 그 공간에서 내보내셨다.
기도는 단지 말이 아니라, 믿음으로 연결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거룩한 분위기임을 예수님은 몸소 보여주셨다. 나는 이제 중요한 기도를 드릴 때, 믿음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달리다굼’이 일어나는 순간
마가복음 5장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기도는 그냥 간절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일하실 수 있도록 준비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기도란 어떤 말을 얼마나 애절하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질서를 다시 세우고, 하나님이 머무실 자리를 비우는 일이었다. 그 공간은 물리적인 방이 아니라, 내 마음의 태도이고, 관계의 상태이며, 함께하는 공동체의 영적 분위기였다.
예수님께서 야이로의 집에서 보여주신 것도 그랬다. 눈물 흘리는 사람들, 비웃는 사람들, 믿지 못하는 이들을 하나하나 내보내시며, 그분은 그 방을 다시 정돈하셨다.
그렇게 공간이 정리되었을 때, 예수님은 조용하고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달리다굼(일어나라).” 그 말 한마디에, 죽음이 물러가고 생명이 돌아왔다. 그 어떤 주문도, 그 어떤 극적인 제스처도 없었다.
다만 사랑과 권위로 가득 찬 한마디. 기적은 그렇게 왔다. 나는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천천히 되새기며, 믿음의 공간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다.
기도는 때때로 말보다, 준비된 분위기와 정리된 마음이 먼저인 것이다.

마가복음 5장을 살아낸다는 것
마가복음 5장은 기적의 현장이자, 믿음의 결심이 요구되는 이야기다. 단순히 죽은 아이가 살아났다는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 기적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천천히 되짚어 보면, 그것은 믿음으로 견뎌낸 시간이었다.
야이로는 딸의 죽음 소식을 들은 그 순간, 무너졌을 것이다. 그 무너짐 속에서 예수님은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매일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무너짐’을 겪는다.
기도해도 당장 변화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주님의 침묵이 오히려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마가복음 5장은 그런 시간 속에서도 믿음은 끝까지 견디는 것임을 말해준다.
예수님의 “달리다굼”이라 말씀하신 그 말 한마디에 죽음이 밀려나고 생명이 걸어 나왔다. 내가 믿는 믿음도 그런 말 한마디를 향해 가고 있다. 아직은 방 안 어딘가에서 울먹이며 기다리고 있지만, 나를 향한 주님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믿고 싶다.
마가복음 5장은 그렇게 내게 묻는다. “너는 지금, 믿고 있느냐?” 그리고 나는 조용히 대답한다.
“예, 주님.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